엄마의 마음으로 치아를 바르게 세우다
교정과 김수정 교수

‘엄마의 마음으로’ 이 흔한 말이 마음에 와 닿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경희의료원 교정과 김수정 교수의 그 말 속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모든 환자는 이 세상 최고이시죠. 그분들 어머니에게요. 저도 두 딸을 둔 엄마거든요.” 재치 있는 이 말 안에 그의 굳건한 신념이 서 있었다. 김 교수의 환자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글. 강진우 기자 사진. 박경태

‘바른’ 교정을 위해 힘쓰다

김수정 교수는 치과 교정학을 ‘바르게 세우는 학문’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제자리를 벗어난 치아뿐만 아니라 틀어진 턱뼈도, 조화롭지 않은 얼굴도, 씹는 기능도, 나아가 환자의 마음과 자신감도 바르게 세워주는 학문이라는 것. “교정학에는 다양한 치료 방법과 세부 분야가 있지만 한 가지 방법으로 모든 환자를 바르게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선택적으로 적용해 주는 것이 모든 것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기본이라 생각해요. 전문적인 특화 영역의 개발과 발전을 위한 연구도 계속해 오고 있지만, 실제 다양한 환자를 보는 데에는 그 기본 정신을 잃지 않아야만 바른 길이 보이거든요.”라고 설명한다.

“바르게 세우기란 말은 변화의 개념도 포함합니다. 치아 위치나 얼굴 모양의 변화가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에 거짓이 통하지 않죠. 혹여 잘못된 방향으로 변하면 치아를 바로잡으려다 턱관절이나 잇몸 등 주변 기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요. 이 얼마나 매력적이에요?”라며 순간 터트리는 웃음에는 일에 대한 그녀의 진심 어린 열정이 배어있었다. 치아 교정은 보통 기간이 2년이다. 따라서 교정학계의 영원한 이슈는 ‘교정 치료 기간 단축’이다. 이는 김수정 교수가 근래 가장 관심을 두는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단순히 기간만 단축하는 것은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치아 이동 효율을 높임으로써 치료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치아와 주위 조직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술식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중장기 목표입니다.”

함께 있어 좋은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 수준의 협진시스템

집안이 화목해야 밖에서 큰일을 할 수 있듯이, 교정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환자에게 편안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교정과는 교수님과 전공의, 직원들 간 관계가 정말 좋아요. 항상 하나로 뭉치고 뜻을 같이하죠. 또, 전공의, 대학원생들과의 정보교류도 활발해요. 내가 사랑하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어 행복하답니다.”

또한, 교정 치료는 치아와 턱뼈만이 아니라 턱관절, 치조골, 잇몸, 기도 등의 형태와 기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타과와의 유기적인 협진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경희의료원 협진체계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수준이다.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행복 중의 하나는 협진이 매우 잘된다는 점이에요. 수면무호흡증, 턱교정 수술, 치아 주위조직 재생술 등 교정과의 힘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비인후과, 구강악안면외과, 치주과 등의 의료진과 활발하게 논의하고 진료하다 보니 치료 영역이 확대되고 질이 높아집니다.”

꼬마 숙녀의 꿈, 꽃피우다

10살 때 교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치아가 움직이는 모습에 마냥 신기해하던 소녀는 그때부터 치과 교정과 의사가 되리라 결심했고 꿈을 이뤘다. “절 치료해줬던 선생님은 어린 제 마음에 강하게 새겨져 학창시절의 끈이 됐고, 치과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도, 교정과 수련의와 교수가 되었을 때에도 본인 일처럼 기뻐해 주셨어요. 그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 마찬가지로 저에게 교정 치료를 받는 학생이 저와 같은 꿈을 품을 때 그리고 합격 소식을 전해올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꿈을 이룬 김수정 교수는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임을 일찍 깨닫고 그걸 평생 누릴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힘들 때마다 생각해요.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전 또 이 길을 선택할 거예요.”

환자와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다

김수정 교수는 환자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간다. “교정 치료에는 여러 가지의 길이 있기 때문에 치료방법을 결정할 때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 그 환자가 내 자식이다, 부모님이다 생각하면 명쾌하게 답이 나오죠. 그 순간 느끼는 기분이 참 좋아요.” 김 교수는 환자가 오면 앞으로 가서 눈을 맞추고 안부를 묻는다. “누운 환자를 내려다보면 아무래도 그저 ‘환자’로만 보게 돼요. 그래서 진료 전에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눕니다. 환자 이전에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는 거죠. 이렇게 하면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저도 더 세심하고 정성스럽게 진료하게 되더라고요.”라며 수줍어하는 김 교수의 모습에서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엄마의 마음’을 문신처럼 새기고 의사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그녀의 소신과 열정이 환자들에게, 제자들에게 널리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